[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④] 교육연극 예술교육자 김태임 〈자기를 찾도록 도와주는 매개자〉 – 2부

2022년 12월 30일

[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④] 교육연극 예술교육자 김태임 〈자기를 찾도록 도와주는 매개자〉 – 2부
교육연극 예술교육자 김태임 X 배우 윤정로

 

 

윤정로
선생님께서는 아동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의 참여자와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데, 참여자에 맞춰 주제 설정을 다르게 하시나요?

김태임
네, 대상에 맞는 주제를 선택해요. 신중년의 경우 6,70대이기 때문에 ‘지나온 시간들’, ‘바람의 노래’가 주제였어요. 제가 당시 꽂혔던 조용필 노래 중 ‘바람의 노래’ 가사가 이래요.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바람의 노래, 인생의 노래는 무엇일까가 주제였어요. 그래서 지나온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그 순간에 있었던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어요.

지금 어머니들과 하는 프로그램은 주 연령대가 3-40대인데 이 나이 때 어머니들은 아이들 때문에 제일 힘들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를 벗어나고 싶을 거란 말이에요. 예전에 했던 ‘이휘재의 인간극장’이 컨셉이에요. “그래! 결심했어!” 선택의 기로에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것이 주제인 거죠.

 

 

윤정로
저는 하다 울 것 같은데요. (웃음)

김태임
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돼요.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의 모습이 어떤지, 어떤 모습을 욕망했는지를 돌아볼 수 있어요. 그렇지만 결국 엄마들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라고 하면 그 안에 지금의 가족들이 있는 거예요.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요. 결국 지금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어요.

임지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김태임
얼마 전에 성남에서 네트워킹 파티를 했거든요. 그때 다양한 예술 강사들이 모였어요. 성남에서 활동하는 예술 강사들 대상으로 인간극장을 했어요. 너무 좋아들 하시더라고요. 예술가를 대상으로 하면 너무 재밌거든요. 표현 자체가 달라요. 연기 욕심내고, 엄청 웃기고 싶어 하고, 저쪽에 가서 아무거나 갖고 와서 막 뒤집어쓰곤 해요. 보는 사람도 너무 재밌고요. 

제가 네트워킹 파티에서 소개했던 것은 연극이 교육 안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저의 방식이었어요. 시각예술 하시는 작가님이 저에게 묻더라고요. 이걸 아이들한테 하라 그러면 아이들이 하나요?라고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오히려 아이들은 직설적으로 잘하거든요. 어른들이 부끄러워하지 아이들은 좋아하고 잘하죠.

윤정로
선생님께서 진행하신 프로그램 중에 중년 남성분들이 참여해서 공연하는 영상을 봤는데 정말 좋아 보이더라고요.

 

 

은퇴하시고 나면 술 먹는 모임을 제외하고는 모임이 잘 없잖아요. 자신의 이야기를 할 곳이 없어서 많이 외로울 것 같은데 그런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분들에게 의미 있고 좋은 시간이 되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태임
글을 모르시는 노인분들이 글 배우러 다니는 복지관에서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글 읽는 것도 힘든데 대본을 보라고 하니 어려우셨을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은 대본을 읽지 않아도 돼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건 즉흥으로도 가능한 거예요. 젊은 사람들이 와서 자기네들 이야기를 들어주니까 자신들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게 무척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윤정로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는데, 반대로 배워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김태임
목공 클래스와 같은 워크숍도 궁금하고 글 쓰는 것에도 관심 있어요. 요즘 글쓰기가 대세잖아요. 저는 타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윤정로
예술가분들 모두 타 장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만약 선생님께서 AAD에서 프로그램을 여신다면 어떤 내용으로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김태임
현대인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철학이 담긴 그림책을 가지고 진행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관심 있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철학도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낭독극이나 대본 읽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 영상으로 결과물을 남기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5주 과정으로 하면 될 것 같아요. 방식은 함께 의논해 볼 수 있겠죠.

윤정로
활동을 하면서 타장르의 예술가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잖아요. 예술인들에게 필요한 플랫폼이나 프로그램 뭐가 있을까요. 

김태임
많은 예술 교육가들이 거의 프리랜서로 일들을 하니까 자기 안에 갇히는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네트워킹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예술가들의 네트워킹에서 우리의 니즈를 말할 수 있고, 정책에도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사실 수업을 하는 예술가가 자신의 수업을 타인이 보는 경우는 잘 없거든요. 물론 사람들은 평가받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 교육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를 검열하고 더 발전시키려면요. 예술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 장르나 아니면 같은 장르의 예술가들이 협력을 하는 동시에 평가도 하고 견제도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모임이에요. 그게 AAD 플랫폼 안에서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가들이 모이게 되면 이 안에서 모임을 하면서 가능할 것 같아요.

윤정로
선생님께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김태임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과서에 있는 단원들을 아카이빙 하고 개발하고 싶어요.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도 어른들에게 반응이 좋아서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보고 싶어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술 강사들과 연극 활동을 하고 계신 선생님들에게 제가 갖고 있는 스킬과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어요.

윤정로
또 궁금한 게 있어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다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거잖아요.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김태임
아침 9시부터 시작하는 총 6교시의 수업을 내리 하고 나서 오후에 또 수업을 하는 날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또 받아요. 이상하죠?

초창기에 저는 연극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키리라, 이런 대단한 사명감으로 시작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지치더라고요. 한 3, 4년 됐을 때 슬럼프가 와서 그만둘까도 생각했어요. 그 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해보자 하고 다시 힘을 내서 했는데, 그러고 나니 아이들이 예뻐보이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정말 예상치도 못한, 아이들이니까 할 수 있는 답이 돌아올 때 희열이 느껴져요. 그 순간이 너무 재밌는 거 같아요. 그래서 계속 질문을 던져요. 물론 집에 오면 그대로 뻗죠. (웃음)

윤정로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드실 때 충전은 어떻게 하시나요.

김태임
동료 강사들과 함께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 같아요.
저와 같이 거의 십몇 년 동안 일을 하는 파트너가 있는데 그 친구하고 같이 어떻게 교육자가 저럴 수 있냐면서 학교 선생님 험담도 하고, 서로의 작업을 평가도 해주어요. 이런 동료가 있어서 전 너무 감사해요. 저희 둘의 관계를 다른 강사님들이 부러워할 정도로요. 함께 이야기하고 같이 맛있는 거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윤정로
그 관계 저도 너무 부러운걸요.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김태임
너무 반갑고 재밌었어요. 이렇게 다양하게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는 거 재밌잖아요. 혹시 또 기회가 되면 또 뵈어요. 감사합니다.

 

 

인터뷰이: 김태임 교육연극 예술교육자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연극과 수료하고 성인들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교육 연극을 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교과연계 교육연극 연수 지원단 (컨설팅과 모니터링)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연구원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성남문화재단 교육연극 예술강사 (교과연계 교육연극 연수 및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다수의 학교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문화예술교육가 실무 워크숍
예술강사 교육프로그램

인터뷰어: 윤정로
연기를 하며, 노란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영화
〈화평반점〉, 〈나의 특별한 형제〉, 〈수성못〉, 〈옥자〉, 〈순정〉외 다수

연극
〈둘, 셋, 산책〉, 〈끝이야 시작이야〉,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 〈노스체〉, 〈사물의 안타까움성〉 외 다수

 

*〈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인터뷰 시리즈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에 선정되어 진행되었습니다.
* 인터뷰 시리즈 사진 촬영은 배우 문학진 님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