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⑧] 미디어 아티스트 강민정 〈완성되지 않아도, 완결되지 않아도〉 – 2부

2023년 1월 27일

[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⑧] 미디어 아티스트 강민정 〈완성되지 않아도, 완결되지 않아도〉 – 2부
미디어 아티스트 강민정 X 영화감독 임지수

 

 

임지수
‘미디어아트’라는 장르에 관해 여쭈어보고 싶은데, 제게 있어서 미디어아트는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제가 잘 모르는 장르라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미디어아트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강민정
제가 질문지를 받아 보고 ‘이 질문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런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거였어요. 제발 까먹어라. 제발 그냥 넘어가라, 빌었는데.(웃음) 왜냐하면 저도 미디어아트가 너무 어렵거든요. 작품이 너무 어려워요. 미디어아트 작가나 전시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아트를 쉽게 접하고 ‘오늘 즐거웠다~’ 할 수 있는 전시가 있는 반면에 책을 엄청나게 읽고 학회에 가는 것처럼 참여를 해야 하는 미디어 전시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관심이 있는 전시면 관련된 토크 프로그램이나 전시연계, 도슨트 아니면 교육 프로그램 이런 것들을 다 찾아서 참여해 보는 것 같아요. 

저도 미디어아트 전시를 준비하다 보면 ‘미디어’의 범위가 넓어서 접근하는 방법이 많다보니 작가마다 자기 나름의 미디어 접근법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미디어 아트에 접근하려면 전공자인 사람도 어려운 거죠. ‘미디어아트’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향유자뿐만 아니라 전시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어려운 작품이 있어야 미디어의 다양한 가능성도 생긴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것들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관련된 전시, 연계 프로그램들을 정말 많이 찾아보고 들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한편 향유자의 입장에서는 작품이 어려우면 진입장벽이 높아 보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최대한 조금 유연하게, 벽이 있으면 깎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작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전시 종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의견을 많이 물어보는 편이에요. 또 아티스트 토크 같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계속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강민정, 〈조(Jo)〉, 2020. 팔복예술공장 《현재의 기억》 전시 전경

강민정, 〈조(Jo)〉 영상 중 일부, 2020.

 

교육 프로그램이 저한테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교육 프로그램은 시간과 인원이 제한되어 있으니까 그 안에서 일반인들이 소화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 수 있게 되더라고요. 프로그램에 필수적인 것들을 담되 곁가지를 쳐내고 어느정도 쉽게 진행해야만 참가자들이 안심하고 참여를 할 수 있어요. 그것을 첫 스텝으로 작품에도 관심을 갖고 미디어아트에 대한 흥미가 이어지도록 향유자의 입장에서 미디어아트를 배우고 즐기는 방법도 설계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지수
교육으로 시작해서 전시까지 이어지는 것도 좋겠네요.

강민정
그런데 지금은 작가로서 작업에 대한 고민을 더 하고 있어서 제가 이 고민까지 하는데 좀 버거울 때가 있죠. 중간에서 매개자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임지수
AAD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혹시 AAD Town(게더타운)에서 미디어아트를 주제로 모임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신다면 어떤 걸 할 것 같으세요?

강민정
제가 하게 된다면 저의 작품 내용이랑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거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얼마 전에 캠핑을 갔는데 그때 다른 한 분이 텐트에다가 자기 수호령으로 ‘예티’를 걸어 놓으셨더라고요. ‘예티’는 설산의 신인데, 자신의 텐트를 지켜준다면서 걸어놓으신 거예요. 그걸 보고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의 생활을 지탱해 주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어떤 믿음을 형상화한 나만의 수호령을 만들어보는 모임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봤어요. 예전에 비슷하게 초등학생 대상으로는 나의 반려 로봇 만들기 수업을 했었고, 대학교에서는 사물인터넷 해킹으로 다른 것 만들기를 했었는데 그때 참가자들 반응이 좋았어요.

임지수
수호령 만들기 재미있을 거 같아요. 사실 그것과 관련된 자료들이 많잖아요.

강민정
저는 설화나 신화같은 것에 계속 관심을 두고 찾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신이나 수호령에 믿음을 두고 일상을 꾸려 나갔던 것 같아요. 반면 현재에는 사람들이 믿고 의지하는 대상이 피트니스 활동량 채우기 같은 어플인 것 같아요. 어플을 통해 하루 루틴을 짜고, 명상을 하고 움직이니까.

임지수
어플이 나의 수호신이 되겠네요.(웃음)

강민정
어플 없이는 못 걸어요. 오히려 숫자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기계랑 가깝다 보니 실생활에서도 기계를 많이 이용하게 돼요. 지금은 ‘챌린져스’라는 어플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챌린져스는 상금을 걸고 챌린지를 달성하면 그 상금을 줘요. 매일 다짐해봤자 소용없고, 신에게 호소해봤자 허사고. 결국 어플에서 주는 상금이 오히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사실이 조금 슬프면서도 이런 것이 하나의 현상이나 징후일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웃음)

 

 

임지수
이제 질문이 몇 가지 안 남았는데, AAD 플랫폼이 향유자와 예술가 간의 만남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예술가에게 필요한 플랫폼으로서 기획이 된 부분도 있어요. 그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시는데,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예술가에게 필요한 플랫폼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드려보고 싶었어요.

강민정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이를 위해서 다양한 방식을 실험하는 플랫폼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인즉슨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프로그램 같은 것에 참여나 운영을 해보면 솔리드한 결과물을 바라시는 곳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참여자들의 결과물이 비즈니스처럼 활용이 되는 거죠. 기업의 입장에서 결과물이 없다면 진행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런 방식이 조금 더 유연해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작가들의 경우에는 수익 자체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보니 ‘많은 수익이 한번에 들어온다’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에요. 다만 적은 수입이더라도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방법을 갖추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작가들이 특히 힘든 보릿고개 시기가 있거든요.

시기도 무척 중요할 것 같아요. 계속 오픈을 하기보다 학기별로 운영된다면 더 매력적일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작가들의 입장에서도 커리큘럼을 구성을 할 수 있고요. 학기제로 몇 회 구성이 되면 그 시기에 맞춰서 내가 흐름을 만들고 마지막에는 이런 정도의 성취를 느끼게 하고 싶다. 아니면 모임의 취지를 얼마만큼 달성하게 하고 싶다는 플랜을 짤 수 있으니까. 방학도 있고.(웃음)

작가들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창작을 하는 게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잖아요. 그래서 쉬는 시간이 없으면 절대 안 돼요. 인위적으로 끊어주는 방학 타임? 이런 것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임지수
그렇군요. AAD가 참고할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인터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요.

강민정
재미있었어요.(웃음)

임지수
아, 마지막으로 문득 생각이 난 건데 아까 작가님께서 미디어아트가 어렵다고 하셨었잖아요. 미디어아트가 그토록 어려운데 왜 좋아하시는 건지 궁금해요.

강민정
제가 약간 승부욕이 있어서 어려우면 매력이 느껴지더라고요. 어려운 동시에 매력적이야. 어려운 만큼 정답이 없어서 나만의 방식대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자유롭다고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성취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해서. 피트니스 링 채우고, 하루에 몇 보 걷기하고 하는 것 처럼요.(웃음)

임지수
사실 작가님의 수호신은 챌린져스 앱이었다.(웃음)
작가님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즐거웠어요.

 

 

 

인터뷰이: 강민정 미디어 아티스트
영상, 텍스트, 공간의 삼각관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감각을 탐색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 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
2018 Laser(서울, 한국)
2015 스페이스 캔(서울, 한국)
2013 갤러리 도스(서울, 한국) 등

단체전
2017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 한국)
2017 서교예술실험센터(서울, 한국)
2016 KT&G 상상마당(서울, 한국)
2016 암웨이갤러리(서울, 한국)
2014 Espaces des arts sans frontières(파리, 프랑스) 외 다수

인터뷰어: 임지수 광고,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영화를 공부를 했다. 기자, 프로덕션 작가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광고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따뜻한 진심을 담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22 더 현대 H 픽션 시리즈(바이럴 숏필름, 연출)
2021 CJ 4DX 블랙핑크 더 무비(다큐멘터리, 편집)
2020 거리예술 아카이브 프로젝트(다큐멘터리, 작가)
2020 한국문화원연합회 어르신 예술가&실버영웅(다큐멘터리, 작가)

 

* 〈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인터뷰 시리즈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에 선정되어 진행되었습니다.
* 인터뷰 시리즈 사진 촬영은 배우 문학진 님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