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모임 비하인드 ③] 배우 서요한 〈이면에서 발견하는 균형〉 – 1부

2023년 4월 7일

인터뷰 현장

 

AAD

서요한 배우님, 안녕하세요. 어떤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요한

안녕하세요. 뮤지컬과 연극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서요한입니다. 뮤지컬 레베카, 빌리 엘리어트 웨딩싱어라는 작품에 출연했고 연극은 주로 창작극에 참여하고 있어요.

AAD

최근에는 뮤지컬보다 창작극에 많이 참여하시는데, 창작극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서요한

그 뮤지컬은 구조가 정해져 있어요. 특히 외국 라이선스 작품의 경우에는 이미 수차례 공연된 것을 다시 실연하는 개념으로 참여해요. 이전 공연을 통해 이번 공연이 어떻게 실연될지 어느 정도는 답이 나와있는 상태에요. 반면에 창작극은 배우가 극에 관한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뮤지컬보다 배우의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해요. 창작극을 쓴 작가와 연출가도 공연 전까지는 이 극이 어떻게 완성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극에 관한 구체적인 상상을 배우와 함께 공유해요. 함께 창작하는 환경이에요.

AAD

공연은 협업 활동이기 때문에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통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동시에 연출가와 배우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야 하고요. 배우님께서는 작품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편이신가요?

서요한

저는 작가와 연출가가 극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선두주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그들의 의견에 조력자의 역할로 참여해요. 공연을 연습하고 실연하는 시간보다 대본을 해석하는 테이블 작업에 시간을 더 많이 쓰기도 해요. 대본 속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소통하는데, 협업하는 사람들이 모두 동의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양평문화재단 주관 뮤지컬 갈라쇼

 

AAD

배우님은 이렇게 깊은 소통이 오고 가는 테이블 작업을 즐기시나요?

서요한

작품과 상황에 따라 테이블 작업의 분량과 깊이가 달라져요. 작품을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나치게 테이블 작업에만 몰입하다 보면 직접 연습하고 몸을 움직일 때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해요. 균형이 중요한 것 같아요.

AAD

연기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작품 활동도 체계적으로 이어나가시는 것 같아요.

서요한

저는 연기를 할 때 과장이나 업 다운이 없는 것을 선호하고, 의도와 구조를 명확하게 설계하는 편이에요. 과장된 연기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느껴져요. 그런데 최근 그런 저의 성향을 뒤집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이 부분 또한 균형이 중요한데 의도와 구조에 몰입하다 보니 균형을 놓친 것 같아요. 전혀 과장이 없고 의도만 전달하는 연기는 관객 입장에서 재미가 없잖아요.
올해 대학원에 진학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교수님의 제안으로 관객 입장에서의 해석을 중심으로 연기를 탐구하고 있어요. 연출의 의도와 극의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연극은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그래서 극의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관객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표현을 고민하고 있어요. 대학원의 첫 번째 과제가 코미디극이에요. 어제 대본을 받았는데 지금 머리가 무척 복잡해요.

 

인터뷰 현장

 

AAD

대학원 진학이 이전에는 잘 사용하지 않던 감각을 새롭게 발달시키는 계기가 되었네요. 진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나가시는 배우님의 성향이 AAD에서 진행한 예술 모임 ‘보이스 디자인’에서도 느껴졌어요. ‘보이스 디자인’ 모임을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요한

저는 노래로 예술 활동을 시작했어요. 어릴 때 합창단 활동으로 시작해서 청소년기부터 예술 학교에 진학해 성악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이태리 가곡을 부르면서 사람들에게 가사를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우리나라 언어로 노래를 하면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감정을 깊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뮤지컬을 하게 되었어요. 뮤지컬을 하기위해 연기도 함께 배웠고 이렇게 배우가 되었습니다.
무대에 서는 것을 노래에서 출발했던 제 경험 때문에 연기를 할 때도 여러 가지 표현 수단 중 소리에 가장 신경 써요. AAD 예술 모임에서도 제가 가장 깊이 고려하고 있는 부분인 소리를 같이 탐구하고 싶어서 ‘보이스 디자인’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보이스 디자인’ 모임 진행 이미지

 

AAD

노래를 부를 때의 소리와 연기할 때, 말할 때 소리 모두 탐구했던 배우님의 경험이 ‘보이스 디자인’ 모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 것 같아요. 모임을 통해 내가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경험이 참 의미 있었어요. 

서요한

좋은 소리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감이에요. 실력을 늘리기 위해 치열하게 배우고 연습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방적인 훈련과 엄격한 상황은 사람을 위축시키고 결국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요. 편안한 환경과 유대감 형성이 좋은 소리를 찾는 첫 번째 단계예요. 심리적인 안정 없이 안정된 소리를 내는 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보이스 디자인’ 모임에서도 함께하는 분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난생처음 여러 사람 앞에서 대본을 읽는 분들도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모임 구성에 신경썼어요. 

AAD

배우님께서 참여자들이 편안하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준비해 주신 덕분에 모든 참여자들이 자신감 있게 목소리를 냈어요. 참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셨어요.

서요한

누군가는 강하게 리드해 주길 바라기도 해요. 배우 중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아주 촘촘한 디렉션을 기반으로 스파르타식 훈련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 개인적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성장의 방법이 모두 다르고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저의 경우에는 스스로 인식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을 선호해요.

 

게더타운 AAD Town에서 진행한 ‘보이스 디자인’

 

AAD

‘보이스 디자인’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참여자가 있나요?

서요한

연극에서 배우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참여자가 있었어요. 그분의 보이스에 피드백을 드리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 안에서 사소한 변화를 발견하고 같이 탐구하는 것은 쉬워요. 하지만 고착화된 인식을 바꾸는 것은 참 어려워요.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규정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새로운 발견과 유연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참 어려워요.
저도 최근 즉흥적이고 변화무쌍한 코미디 극에 도전하면서 이미 고착화된 것들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어요. 자꾸만 이미 아는 길, 안전한 길을 선택하게 돼요. 내가 그것을 더 잘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2부로 이어집니다.

 

인터뷰이: 서요한 배우
무대 위에서는 뮤지컬과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대 아래에서는 예술 교육 콘텐츠 개발자, 지역기반 예술 프로젝트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품이나 지역 이야기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그것이 다양한 형식으로 작업에 녹아 들 수 있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