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모임 비하인드⑩] 독립기획자 이경미 〈영역 연결하기〉 – 2부

2023년 5월 26일


인터뷰 현장

 

AAD

지난겨울 AAD의 멤버십 아트네비게이션에서 ‘나의 관심사 큐레이팅: 흥미에서 기획으로’ 모임을 진행하셨는데요.
기획자님께서는 주로 어디에서 예술 인사이트와 흥미를 발견하는지, 연구의 시작점이 궁금해요.

이경미

연구 주제와는 늘 우연히 만나요. 

제가 시사주간지를 구독하고 있는데 어느 날 기사를 보다가 기사 속 내용에 문득 관심을 갖기도 하고,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이야기 주제에 꽂히기도 해요.
그렇게 궁금증이 생겨서 리서치를 하다 보면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져요.
주변에 있는 재료들이 어느 순간 눈에 띄고, 서로 연결돼요. 저는 연구 주제를 멀리서 찾지 않아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AAD

독립기획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경미

9년 동안 미술관에 소속되어 일하면서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났고 실무 감각도 키울 수 있었어요. 도슨트를 하면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도 정말 재밌었고요.
그러다가 문득 소박하더라도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턱대고 퇴사한 후에 푹 쉬었어요. 그 당시 한 2년 동안은 전시도 보지 않고 계획 없이 지내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했어요.
내가 누군지를 보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AAD

나로부터 시작한 예술 기획이 기획자 본인과 관객 모두에게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경미

나의 주제를 정하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를 잘 들여다봐야 해요. 요즘은 SNS를 통해서 너무 많은 것들이 보여요. 그래서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정보와 이미지까지 보게 돼요.
이럴 때일수록 나를 더 봐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다양한 레퍼런스를 찾는 건 좋아요. 리서치 할 때는 당연히 외부에서 많이 가져오게 되고 그게 중요한데 그게 시작이 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연구실 풍경

AAD

‘나의 관심사 큐레이팅: 흥미에서 기획으로’ 모임에서 참여자들과 함께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 혹시 기억에 남는 관심사가 있나요?

이경미

참여자 중 관광지의 ‘경관’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분이 있었어요. 문화비평가 오영진 선생님께서 기획한 게임 ‘배틀그라운드’에서 진행하는 투어가이드 프로젝트(<에란겔: 다크 투어>, 2021)를 레퍼런스로 찾아서 소개하고 대화를 나눴었지요.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의 공간을 전유하며 새롭게 감각하는 예술 프로젝트로 충분히 확장될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재밌는 활동을 하실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AAD

연구실에 붙어 있는 ‘메타 조각공원 유치를 위한 소멸지역 피칭데이’ 포스터가 눈에 띄는데요. 저 프로젝트도 메타버스에서 진행했나요?

이경미

메타 조각공원 유치를 위한 소멸지역 피칭데이’는 박혜수 작가님의 예술 프로젝트 ‘퍼팩트 패밀리’(Studio SOOBOX)와 연계하여 진행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에요.
관객들에게 이 메타버스 공간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투표를 진행했어요. 메타버스는 가상 공간이고 실재하지 않아요. 현실에서는 반대로 인구 소멸로 인해 소멸 위험에 처해 있는 실제 지역이 있어요.
이 프로젝트에서는 위험 소멸 지역인 강원 태백, 충남 부여, 충북 괴산의 지역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메타버스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관객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메타 조각공원 유치를 위한 소멸지역 피칭데이’ 포스터

AAD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위해 지역 주민들이 살고 있는 실 공간에 침투하지 않고, 가상의 공간을 이용해서 이슈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법이 인상적이에요.

이경미

이 프로젝트는 공적 영역을 다루는 공공 예술의 형태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기획자와 예술가가 미리 구축한 자리에 지역 주민들을 초대하는 게 아니라, 기획 구상 단계부터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공 예술로 동네에 조형물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작업을 하기 전에 이것이 왜 필요한지, 이것으로 인해 동네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이 우선되어야 해요. 일상의 영역을 완전히 바꿔놓는 거잖아요. 적절한 과정을 거쳐 이슈에 접근하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AAD

예술 창작자나 기획자에게 어떤 모임이 필요할까요?

이경미

모임이라는 만남의 형태가 강의보다 연대감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모두 예술 활동에 고민이 많잖아요. 그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루트가 필요해요. 서로 마음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면서 연결될 수 있도록 자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SNS에서 누군가를 팔로우하고 DM을 보내 소통할 수도 있지만, 공식적인 채널에서 모임을 만들고 운영하면 더 안정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한 사람의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좁았어요. 그런데 지금 세상은 너무 넓고, 많은 것들에 노출되고, 할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더 불안정하게 느껴져요. 무엇을 해야 할지 더 모르겠고 사람들과 연결성도 희미해요.
이런 사회에서 모임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연결성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게더 AAD Town에서 진행한 ‘나의 관심사 큐레이팅: 흥미에서 기획으로’ 모임

 

 

인터뷰이: 이경미 독립기획자

9년간의 미술관 큐레이터 역임 후 독립 기획자로 활동하며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현재 시각예술 연구 플랫폼 ‘퍼블릭 퍼블릭(PUBLIC PUBLIC)’의 공동디렉터이자 공공예술 프로젝트 ‘만아츠 만액츠(10000 ARTS 10000 ACTS)’의 큐레이터이며, 도시연구 출판 프로젝트인 ‘CITY CRACK’을 매해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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