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모임 비하인드 ①] 시각예술가 이승연 〈예술가의 휴식법〉 – 1부

2023년 3월 24일

인터뷰 현장

 

AAD

이승연 작가님, 안녕하세요. AAD STORY를 통해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승연

안녕하세요. 저는 종이와 연필을 사용한 평면 작업과 지점토를 사용한 입체 작업을 하고 있는 이승연입니다.
장소에 남아 있는 기억을 수집하는 행위로 작업을 시작해요. 일상적인 공간에서 문득 낯선 감각을 느끼거나 새로운 장소에 갔을 때 느끼는 낯선 감각을 통해 그곳에 있을 것 같은 유령의 존재를 짐작합니다. 그리고 작업실로 와 유령처럼 사라진 것들에 형태를 부여합니다. 저는 이런 방식으로 장소에 남아 있는 기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승연, Installation view: 《투명한집》(2022, 킵인터치)

 

AAD

작가님의 작품에서 장소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장소 안에 있는 많은 것들 중 작가님에게 특별히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승연

돌, 나무, 땅처럼 오랫동안 그곳에 있던 것들에 시선이 머물러요. 이 돌이 얼마나 이곳에 있었는지를 생각하고 그 긴 시간을 작업에 담으려고 집중합니다. 

AAD

돌과 나무, 땅 모두 한 장소에 정말 오랜 시간 머무는 것들이네요. 돌은 무겁고 나무는 뿌리가 박혀 이동하기 어렵잖아요. 땅은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고요. 작가님의 초기작에는 나무가 많이 등장하다가 최근작에는 돌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최근 돌 그림을 더 많이 그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승연

형상을 명확하게 추측하기 어려운 덩어리 이미지를 그리고 싶어서 돌을 더 많이 그리게 되었어요. 나무를 그린 그림은 제가 나무를 그렸다는 것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요. 하지만 돌 그림은 관객들에게 추상적인 형상으로도 느껴질 수 있어요. 

 

이승연, Installation view: 《Negative Platform》 (2022, 중간지점)

 

AAD

유령 또한 그 형상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데 작가님이 최근 많이 그리고 있는 돌이 유령과 더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유령은 우리에게 미스터리한 존재잖아요. 작가님은 이 미스터리한 유령을 어떤 시선으로 탐구하시나요?

이승연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라는 영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어요.
그 영화의 주인공인 유령은 죽은 후 본인이 살던 집으로 와서 계속 그곳에 남아있어요. 그 집이 허물어진 후에도.  그 자리에 새 빌딩이 생긴 후에도. 심지어 인류의 문명이 끝나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 되었을 때에도 계속 남아있어요. 유령은 장소에 스며들어 남아있어요. 어떤 장소에서 일어난 일들 또한 그곳에 스며들어 유령처럼 계속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 포스터

 

AAD

지난겨울 AAD에서 ‘몸과 마음의 양식’ 모임을 진행하셨는데요. 모임이 끝난 후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이승연

‘몸과 마음의 양식’은 건강하게 챙겨 먹으며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는 취지의 모임이었어요. 저는 모임이 끝난 후에 일상의 여유를 갖는 것에 성공했어요. 지금은 일에 쫓기지 않고 잘 휴식하고 있어요. 최근 여행도 다녀왔고, 여전히 식사 때마다 음식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마음의 양식으로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저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지 않아요. 대신 영화를 많이 봐요. 바쁠 때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거의 볼 수 없었어요. 최근에는 영화관에 가서 느긋하게 영화를 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AAD

최근에 본 영화 중 좋았던 것을 추천해 주세요!

이승연

가장 최근에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는 ‘에프터썬(Aftersun)’이에요. 재밌게 봤어요. 그리고 지금 극장에서 상영하지는 않지만 ‘메모리아(Memoria)’를 추천하고 싶어요. 굉장히 좋았어요.

 

영화 ‘에프터썬(Aftersun)’ 포스터 / 영화 ‘메모리아(Memoria)’ 포스터

 

AAD

영화 추천에 이어 작가님께 음식 추천도 받고 싶어요!

이승연

연희동에 ‘감과당’이라는 전통과자 카페가 있어요. 화과자, 개성 주악, 정과, 약과 등 다양한 전통과자를 차와 함께 즐길 수 있어요. 명인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달달한 디저트인데 밀가루가 아니라 쌀로 만들어서 맛있게 먹어도 속이 참 편안했어요.

 

감과당에서 먹은 전통과자

 

AAD

연희동에 가면 꼭 한번 먹어보고 싶어요.

이승연

연희동에 전시 공간도 많이 있어요. 작년에 제가 연희동에 있는 갤러리인에서 전시를 해서 그 동네를 자주 갔어요. 플레이스 막, 아트랩반, 미학관, 의식주, 아트테인 등 연희동 홍제천 주변에 여러 전시 공간이 있어요. 홍제천을 따라 걸으며 산책도 하고 전시도 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AAD

최근 다녀오신 여행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이승연

보라카이에 다녀왔어요. 보라카이는 천국이에요. 보라카이에서 먹고 수영하고 누워있고를 반복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만끽했어요. 서울에서는 깨끗한 공기, 넓은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보는 게 참 힘들잖아요.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탁 트인 풍경이 정말 좋았어요.

 

보라카이 여행 사진

 

AAD

정말 부러워요. 보라카이를 여행할 때 꿀팁이 있을까요?

이승연

숙소에 돈을 아끼지 않고 좋은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꿀팁이에요. 왜냐하면 보라카이는 휴양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이에요. 편안한 숙소에서 최대한의 휴식을 하는 게 보라카이를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2부로 이어집니다.

 

인터뷰이: 이승연 시각예술가
연필 드로잉과 입체물로 사라진 이들의 시공을 상상하여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에 여전히 남은 것을 찾아 기록합니다. 있었던 것과 없었던 것의 경계 사이를 거닐며 지금은 사라진 흔적을 더듬어 꺼내어 보고자 합니다.
@seungyeon.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