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모임 비하인드 ②] 시각예술가 이승연 〈예술가의 휴식법〉 – 2부

2023년 3월 31일

인터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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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양식’ 모임 진행 후에도 건강관리를 지속하고 있나요?

이승연

‘몸과 마음의 양식’ 모임을 하고 나서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그런데 건강검진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와 갑상선 수치가 안 좋게 나왔어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래서 더 철저하게 음식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배달 음식과 외식을 최대한 줄였어요. 가게에서 반찬을 사 와서 집에서 밥이랑 반찬을 먹는 습관을 들였어요. 밥을 할 때도 백미보다는 흑미와 현미를 섞어서 지어먹어요. 의사선생님께서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밀가루와 탄수화물, 기름진 튀김류를 최대한 줄이라고 했어요. 식사 전에 채소를 먼저 섭취하면 혈당스파이크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해요. 식습관을 바꾸고 몇 달 뒤에 병원에 가서 재검사를 받았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확 내려갔어요. 운동도 꼭 해야 한다고 해서 최근에 운동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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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운동을 시작하셨어요?

이승연

발레와 필라테스를 함께하는 발레핏을 시작했어요. 등록한지 2주 밖에 안 됐어요. 처음 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밖에서 봤을 때는 움직임이 격렬하지 않고 재미있어 보였는데, 첫날 운동한 후에 일주일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어요. 운동량이 엄청나요. 운동할 때는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확실히 사용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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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양식’ 모임을 진행하기 전에 작가님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나요?

이승연

작년에 많이 바빴어요.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감사하게도 기회가 많이 생겼어요. 여러 가지 활동을 바쁘게 하고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까 건강과 식사가 뒷전이 돼버렸어요.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보니 책이나 영화를 즐길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도 어려워졌어요. 어느 순간 스스로 발전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AAD

예술 활동을 하면서 안식 또는 연구 시기를 갖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신진 예술인의 경우에는 예술 활동에 여유를 확보하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이승연

맞아요.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돼요. 모든 기회가 너무 소중하니까요. 저는 작년에 바쁜 시기를 보냈고 올해는 아직 예정된 활동이 없어요. 그래서 그동안 미뤄둔 것들을 해보고 있어요. 몸과 정신 건강도 챙기고, 작업에 대해서도 다시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예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 여유 있는 시간이 작업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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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작가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네요. ‘몸과 마음의 양식’ 모임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리추얼 하는 만남이었는데, 혼자서 하는 리추얼과 확실히 다른 지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이승연

제가 건강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임에 함께하는 분들에게 명확한 솔루션이나 과제를 줄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랜선으로 이어진 참여자들이 서로를 응원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투두메이트’나 ‘런데이’ 같은 어플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응원 이모티콘을 보내는게 참 좋았어요. 그래서 내가 오늘 성취한 리추얼 기록을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는 모임 체계를 만들었어요. 모임 참여자에게 어떤 활동을 강제하지 않고 본인의 건강한 일상을 부담 없이 자랑하면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몸과 마음의 양식’ 모임 인증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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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건강한 일상에 도전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죠! 모임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승연

모임에서 저의 목표는 ‘나를 위해 요리하기’였어요. 그런데 제가 모임 이전에는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요리를 하기 위해 장을 봤는데, 재료가 너무 많은 거예요. 재료가 상하기 전에 혼자 다 먹어야 해서 같은 메뉴를 계속 먹게 됐어요. 다양한 요리가 어려워서 모든 재료를 한 솥에 다 넣고 끓인 수프를 주로 먹었어요. 매번 다양하게 잘 챙겨드시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여러 종류의 밑반찬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저는 밑반찬을 다양하게 먹는 식사가 가장 만족도가 높아요.

 

한 솥 수프

 

AAD

작가님의 최근 관심사가 궁금해요.

이승연

요즘 제 관심사는 정리와 청소에요. 작업실 구조를 조금 바꿨어요. 저에게 필요한 물건과 그 물건을 잘 사용하고 정리할 수 있는 가구를 갖추려 노력해요. 작업실 뿐 아니라 집에도 필요한 가구를 갖춰나가고 있어요. 사실 얼마 전까지 집안의 물건들이 다 바닥에 있었거든요. 밥도 바닥에서 먹었어요. 작은 테이블이 있는데 거기서 작업을 하려고 노트북을 올려놓다 보니까 식탁으로 쓸 수 없었어요. 최근에 식탁과 의자를 새로 마련하고 신경 써서 청소를 했더니 일상이 정말 편하고 아늑해졌어요.

 

이승연 작가의 작업실

 

AAD

작업실 분위기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쾌적한 작업실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이승연

작업실을 셰어하는 작가들이 서로 세심하게 배려해 줘요. 소음이 있는 작업을 할 때나 오늘처럼 누군가 방문할 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서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저는 작업하기 싫을 때마다 청소를 해요. 청소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져요.

AAD

마지막으로 올해 이루고 싶은 작가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승연

첫 개인전을 하고 싶어요. 그동안 기획전에만 참여했었는데, 제 작품으로만 이루어진 전시를 통해서 저의 작업 세계를 탄탄히 구축하고 싶어요. 그러고 나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인터뷰이: 이승연 시각예술가
연필 드로잉과 입체물로 사라진 이들의 시공을 상상하여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에 여전히 남은 것을 찾아 기록합니다. 있었던 것과 없었던 것의 경계 사이를 거닐며 지금은 사라진 흔적을 더듬어 꺼내어 보고자 합니다.
@seungyeon.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