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③] 교육연극 예술교육자 김태임 〈자기를 찾도록 도와주는 매개자〉 – 1부

2022년 12월 23일

[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③] 교육연극 예술교육자 김태임 1부 〈자기를 찾도록 도와주는 매개자〉
교육연극 예술교육자 김태임 X 배우 윤정로

 

 

윤정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될 윤정로라고 해요. 저는 연기를 하고 있고 연극을 주로 합니다. 가끔 촬영도 하고 있어요.

선생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김태임
안녕하세요. 저는 교육 연극이라는 일을 하고 있어요.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대상에게 다양한 주제와 드라마 공간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자신과 한 발짝 떨어지게 해 자기를 발견하게 하는 매개자 역할을 해요. 연극 안에서 자기를 정의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거죠.

헷갈리실 수 있는데 저는 연극 교육이 아닌 교육 연극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연극 교육이라고 하면 대학교의 연극과에서 할법한 교육을 말하는 거겠죠. 요즘에는 교육 연극을 하는 사람을 티칭 아티스트(TA)라고 부르곤 해요.

제가 요즘에 제일 주력하고 있는 일은 교과 연계 교육 연극 협력 수업으로 약 10년 가까이 하고 있어요. 연극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 도덕, 국어 같은 교과목 안에서 연극적인 상황을 설계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그 상황 안에서 살아보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그 단원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끔 주제 중심의 교육을 많이 하고 있어요.

성인들 대상으로도 교육 연극을 해요. 성인은 주로 결과물이 남아야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에 주로 공연으로 가는 편인데요,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 안에서 다양한 주제와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대본을 엮으면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져요. 저는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윤정로
사람마다 연기를 시작한 계기가 다르고, 또 개인마다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선생님께서는 연기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김태임
6학년 때 교회에 갔다가 기타 치고 있는 오빠한테 반하고 나서 중학교 3년 내내 그 오빠를 좋아했어요. 제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그 오빠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중대 연극과를 입학한 거예요. 그래서 ‘저 오빠를 쫓아가야 되겠다.’ 하고 생각했어요.

중학생 때 교회를 다니면서 성극을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연극을 경험한거죠. 그 오빠를 쫓아가야 되겠다는 목표도 있었지만 배역을 맡아 뭔가를 하고 있을 때의 느낌이 좋아서 연극 배우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꿈이 바뀌지 않았어요. 그리고 대학에 가서 연극을 하게 됐죠. 편입을 하고나서 ‘배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을 하게 되면서 (배우로) 계속 활동을 하는데에 어려움이 생겼어요. 그때 교육 쪽으로 틀게 되었어요.

 

 

윤정로
선생님이 연기하셨던 작품 중에 기억에 남거나, 좋아하는 작품이 있을까요?

 

김태임
첫 작품이 1996년도 1월에 했던 뮤지컬 피터팬이에요. 현대극단에서 피터팬을 했는데 그때 피터팬이 윤복희 선생님이었어요. 그분이 날아 다니셨죠. (피터팬에) 강아지 나나가 나오잖아요. 그 역할이 김희원 배우였어요. 저는 뒤에서 동화나라 어린이 역할을 했어요. 그게 (기억에 남는) 첫 작품이에요.

 

윤정로
연기를 하다가 교육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요?

 

김태임
대학교 1년을 다닌 후 1년을 휴학하는 사이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됐는데 재미가 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어야 되잖아요. 여의도에 있는 연기 학원에 강사로 가게 되었죠. 그곳에서 반을 맡아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수업을 해보니 가르치는 일에 자질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또 아이들이 하나씩 배워가는 걸 보는 것도 재밌었어요.

그런데 그곳은 직장이잖아요. 공부가 더 하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 편입을 했어요. 그러면서 교육 연극을 시작하게 된거예요. 처음엔 단체를 이끌고 있는 교수님 밑에 있으면서 교육을 하러 다녔어요. 군부대도 가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죠. 만난 사람들이 아마추어라 (연기에 대해) 아는 게 없고 무대 위에서 어떻게 서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연극의 마지막쯤에 변하는 모습들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에 이런 경험을 더 많이 심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교육 연극이라는 게 뭔지 몰랐어요. 그저 연극과 공연을 할 수 있게끔 가르쳐 주는 건줄 알았는데, 대학원에 가면서 교육 연극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서 학교 예술강사를 하게 되면서 더 교육에 목표를 두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아이들의 경우엔 연극을 어떻게 활용해야 더욱 효과적으로 교과의 목표에 도달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죠.

 

윤정로
그렇다면 진행하셨던 모임 중에 참여자들의 네트워킹과 소통이 가장 원활했던 모임이 있었을까요.

 

김태임
작년에 송파문화재단에서 했던 경력단절 여성의 모임이에요. 그때 모였던 어머니들 몇 분께서 계속 작가 활동을 하세요. 책 만드는 수업도 하시면서 모임을 이어오고 있어요. 제가 지금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도 하고 그분들만의 모임도 지속하시는 것 같아요.

 

윤정로
아무래도 공감대가 있으니 그런 것 같아요.

 

김태임
맞아요. 반면에 남자분들은 어려운 점이 조금 있어요. 신중년 남성들은 서로 어려워하기도 해요. 수업을 이끌어가는 저의 입장에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사실 오늘 진행했던 수업은 (같은) 여성분들을 세 번째 만나는 건데, 주제 하나만 있어도 할 말이 많고 연기도 (자연스럽게) 잘 하고 그러세요.

 

 

윤정로
모임 안에서 구성원들의 마음을 녹이는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김태임
연세가 있으신 분에게는 과거 이야기로 많이 다가갔죠. 저는 요즘에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그림책의 어떤 부분을 보여드리고 서사를 끄집어 내거나, 옛날 물건이 찍힌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게 해 (그분들의) 마음을 열려고 해요. 또 그때 나왔던 장면들을 기록해 그것이 무대화 될 수 있게 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마음 여는 일이 가장 힘드니까 그림 자료 같은 것들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아요.

어른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이걸 왜 말했지’하고 집에 돌아가서 이불킥하고는 안 나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첫 수업을 할 때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려요. 그런데 몇 주 정도 지나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는 해요. 오늘 ‘내 인생에서 나를 일시정지하게 만들었던 어떤 사건’을 떠올려보고 그 상황의 자신을 표현해보는 수업을 진행했어요. 어떤 분은 자기 앞에서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신 상황을 떠올리며 ‘아빠’를 부르는 상황, 다른 분은 아이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들을 시연했어요. 이후에 다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가 조금 염려스러운 거예요. 가정폭력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니까 혹시 불편하거나 어려우시냐고 (참여자들에게)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친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못하는데, (여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으면서 눈물을 쏟을 수 있으니까 마음이 무척 편하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교육 연극이 경우에 따라 (마음을) 치유받기도 한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윤정로
네, 그게 연극이 가진 힘 같아요.
AAD에서는 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모임이 이루어지잖아요.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방식이 대면이랑 조금은 다를 것 같은데 혹시 온라인으로도 이렇게 모임을 진행해 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김태임
지금은 수업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터디를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온라인으로 수업을 시연하기도 해요.

 

윤정로
온라인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김태임
코로나 상황 때는 줌으로 아이들 수업을 하게되면 작은 그룹으로 쪼개서 장면 연습을 했어요. 그리고 조금 뒤에 다같이 모여 시연을 하는 친구들을 제외한 아이들의 화면을 끄게 했어요. 그리고 대사가 겹치지 않도록 시연을 진행해요. 만약 정지 장면이 필요하면 다 같이 정지한 다음에 스크린 캡처를 해서 보여주는 등, 다시 보여줄 방법은 많아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교감을 하기는 어려우니 아쉬울 때도 있어요.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공연은 어려우니까 낭독극이나 그림책을 활용해서 각자가 맡은 역할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주요 인물 2인의 대사를 하거나 주변 인물의 생각에 대해 논의하기도 해요.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정도로 만족하죠.

 

윤정로
그런 방법이 있군요.

 

 

김태임
처음에는 연극을 어떻게 줌으로 하냐고 했는데 방법을 찾으니까 또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가 무대인거죠. 줌에서는 화면이겠죠? 화면 밖으로 나갔다가, 소품이나 간단한 의상을 입고 와서 참여자에게 역할을 주는 거에요. “너희들은 다 이제 전문가야. 내가 의뢰를 하러 온 사람으로 들어올게.”

“안녕하세요. 전문가님 저 고민이 있어서 왔어요.”, “전 이런 고민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럼 그중에 누구 하나가 손을 들어요, “누구 전문가님 얘기해 주세요.” 그러고 다 같이 듣는 거예요. 상황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만 장치를 만들어 주는거죠.

 

윤정로
아이들은 워낙 유튜브같은 매체에 익숙해서 흥미를 느낄 것 같아요.

 

김태임
맞아요. 줌 수업에서 가장 큰 장점은 그거였어요. 1 대 1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교실 안에서는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를) 줌에서 부르면 오히려 교실보다 소통이 잘 돼요. 다만 15명 넘어가니까 좀 힘들긴 하더라고요.

 

윤정로
온라인 수업이 그런 장점도 있네요.

 

2부로 이어집니다.

 

인터뷰이: 김태임 교육연극 예술교육자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연극과 수료하고 성인들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교육 연극을 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교과연계 교육연극 연수 지원단 (컨설팅과 모니터링)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연구원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성남문화재단 교육연극 예술강사 (교과연계 교육연극 연수 및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다수의 학교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문화예술교육가 실무 워크숍
예술강사 교육프로그램

인터뷰어: 윤정로 배우
연기를 하며, 노란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영화
〈화평반점〉, 〈나의 특별한 형제〉, 〈수성못〉, 〈옥자〉, 〈순정〉외 다수

연극
〈둘, 셋, 산책〉, 〈끝이야 시작이야〉,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 〈노스체〉, 〈사물의 안타까움성〉 외 다수

 

*〈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인터뷰 시리즈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에 선정되어 진행되었습니다.
* 인터뷰 시리즈 사진 촬영은 배우 문학진 님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