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⑦] 미디어 아티스트 강민정 〈완성되지 않아도, 완결되지 않아도〉 – 1부

2023년 1월 20일

[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⑦] 미디어 아티스트 강민정 〈완성되지 않아도, 완결되지 않아도〉 – 1부
미디어 아티스트 강민정 X 영화감독 임지수

 

 

임지수
안녕하세요. 저는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광고 영상도 연출하고 있는 임지수입니다.
작가님께서도 자기소개를 직접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도 알아들을 수 있게끔 부탁드려요.(웃음)

강민정
사전 질문지를 받아보았을 때 이 질문이 제일 어렵더라고요.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는 데 중학교 3학년은 제가 안 가르쳐봤거든요.
너무 쉽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어렵게 하라는 말씀이시죠? (웃음) 어려운 부분이나 그런 게 있으면 편하게 질문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 아티스트 강민정입니다. 미디어 작가의 관점에서 미디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작품을 만드는 것 같아요. 보통 회화나 조각의 경우에는 모든 소스를 작가 자신이 만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렇게 작가의 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보편적인데, 미디어 작가들은 오픈소스가 기본이 되거든요. 다른 창작자들이 만들어서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올려놓은 소스를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가지고 오거나 아니면 게더타운, 샌드박스, 유니티와 같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을 그대로 사용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도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약간의 회의감이 오는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아무래도 조각을 전공으로 시작했다 보니 자율성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고, 내가 이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최근에 생겼어요. ‘미디어의 변화하는 기술에 따라서 창작 방식과 환경 또한 달라지는데, 이때 나는 대체 어떤 방법으로 대응을 해야 할까?’라는 게 작업의 주제가 되어서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중인 것 같아요.

그것과 별개로 제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랩삐(labB)’라는 활동을 했었는데, 여성 미디어 작가들이 모인 단체였거든요. 그분들과 모여서 ‘왜 미디어 속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편파적으로 그려지는 걸까?’에서 시작해 게임 속 여성 캐릭터, 그리고 문서에서 나오는 여성의 이미지, 설화에 나오는 여성의 이미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것을 통해서 페미니즘 선언문을 만드는 활동을 했었거든요. 그 활동이 아무래도 영향을 많이 줬던 것 같아요. 활동 전에는 미디어의 형식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활동 이후부터는 사람들과 공통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에 대해서 피드백 받는 거 자체가 되게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랩삐 활동이 개인적인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설화 속에서 재현되는 여성의 이미지 같은 것이 현대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지. 사회는 계속 변하는데 설화는 계속 고정된 상태로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설화 자체와 지금 사회 간에 균열이 생길 수 있고, 그 균열을 통해 다른 창작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와 관련된 작품을 하게 되었어요.

임지수
최근에 제가 작가님 전시에 갔었잖아요. 그때도 설화 기반의 미디어 작업이 올라가 있던 걸 기억하는데, 그때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게 요즘 세계관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게 어떻게 세계관이라는 주제로 관심이 확장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강민정
아무래도 랩삐 활동을 한 것에 많은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기존에 있는 설화 자체를 미디어로 재현을 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캐릭터 같은 것들이 필요하고, 그 캐릭터가 움직일 공간이나 시간적인 배경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서사 창작 쪽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공부를 하고 그런 것은 아니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지는 못해요(웃음). ‘서사 창작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런 것이겠구나’ 글쓰기를 하면서 정말 이해를 많이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주변 분들한테 많이 여쭈어보기도 하고, 부끄럽지만 제가 이야기 쓴 걸 보여주면서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임지수
랩삐 활동에 대해 계속 언급이 되네요. 랩삐 활동 전까지는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시다가 콜렉티브 활동을 하신 거잖아요? 그 활동에서 주로 어떤 대화들이 오고 가셨는지 궁금해요.

강민정
랩삐의 작가님들은 학교에서 만난 분들이에요. 처음에 모임을 만들게 된 거는 2018년쯤 ACC 아시아 문화전당에서 전시를 했었는데, 그때 인터넷에 떠도는 실시간 이미지들을 다 모아가지고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띄우는 작업을 했었어요. 실시간 검색어에 따라서 이미지들이 바뀌고 하는데, 그때 가수 화사가 되게 핫했어요. 갑자기 키워드에 엄청 도발적인 모습으로 나와서 그런 것에 대한 이미지들이 마구 떠돌았고, 낸시랭에 관한 사건이 또 터져서 낸시랭 이미지들도 마구 떠돌고 그랬었어요. 그 이미지들을 보니까 ‘아 이거를 전시에 내보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여성분들이 헐벗고 있더라고요. 그 지점을 저희는 예측을 못 했었거든요. 반면에 남성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격식을 차린 정장 차림에 타이를 갖추어 입은 모습이 많고. 이래서 ‘이거 자체가 너무 이상하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여성주의나 이런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제가 이런 관심사를 주변에 이야기했더니 ‘나도!’라고 반응을 하신 작가님들이 세 분이 있던 거예요. 그래서 그분들과 함께 콜렉티브를 만든 후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그때 활동했던 사이트가 살아있는데 더 랩삐넷(thelabb.net)이라는 웹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에 네 명의 작가들이 여성 철학가, 연구자들의 선언문을 각자의 방식대로 작업해서 올려놓았습니다. 이걸 만들면서 1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저희끼리 페미니즘으로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자 이래가지고 모여서 작업했어요. 페미니즘 미술을 하셨던 분들을 초청해서 강연 같은 걸 하기도 하고 워크숍도 하기도 하고 전시도 하고 개인 워크숍도 열고 다양하게 했던 것 같아요.

 

더 랩삐넷 웹사이트

 

임지수
제가 느끼기에는 작가님께서 그전에는 미디어의 형태에 관심이 많으셨다면 랩삐 활동을 통해서 미디어 자체를 변형시키고 조금 더 나의 생각을 넣은 뒤에 그것을 선언하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형태로 변화를 맞이하신 거 같아요.

강민정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항상 형식에 관심을 가지고 출발하는 이런 성향이 유지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랬는데 변화하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가끔은 좀 놀랍기도 해요. 물론 긍정적인 방향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생각해 보면 그 모임이 힘들기도 했고 이런저런 것도 있었지만 ‘정말 좋았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이런 생각이 같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거기에서 만난 작가님들이 되게 재미있어요. 그래서 또 그분들이랑 이런저런 거 같이 해보자 하니까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동력도 생겼어요.

 

강민정 작가의 작업실 전경

 

2부로 이어집니다.

 

인터뷰이: 강민정 미디어 아티스트
영상, 텍스트, 공간의 삼각관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감각을 탐색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 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
2018 Laser(서울, 한국)
2015 스페이스 캔(서울, 한국)
2013 갤러리 도스(서울, 한국) 등

단체전
2017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 한국)
2017 서교예술실험센터(서울, 한국)
2016 KT&G 상상마당(서울, 한국)
2016 암웨이갤러리(서울, 한국)
2014 Espaces des arts sans frontières(파리, 프랑스) 외 다수

인터뷰어: 임지수 광고,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영화를 공부를 했다. 기자, 프로덕션 작가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광고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따뜻한 진심을 담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22 더 현대 H 픽션 시리즈(바이럴 숏필름, 연출)
2021 CJ 4DX 블랙핑크 더 무비(다큐멘터리, 편집)
2020 거리예술 아카이브 프로젝트(다큐멘터리, 작가)
2020 한국문화원연합회 어르신 예술가&실버영웅(다큐멘터리, 작가)

 

*〈예술가가 말하는 모임〉 인터뷰 시리즈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에 선정되어 진행되었습니다.
* 인터뷰 시리즈 사진 촬영은 배우 문학진 님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