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D 프로젝트 매니저 H가 토탈미술관 5월 월요살롱에 참석해 보았습니다.
5월은 토탈미술관의 월요살롱이 300회를 맞이한 달이기도 합니다.
300회의 아우라를 내뿜는 토탈미술관 월요살롱 참석을 위해 평창동 언덕을 매주 오르내리며 느낀
H 의 솔직한 생각을 전합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캐주얼한 살롱을 지향하는 토탈미술관의 월요살롱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일단 이렇게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미술관에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월요살롱은 매주 월요일 오후 3시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토탈미술관에서 열립니다. 2016-2017년에는 토탈미술관 인근 지하의 작은 공간에서 진행되다 2018년 이후부터 토탈미술관 아카데미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쉽게 참석하기는 어려운 시간입니다. 평창동 언덕을 걸어 오르며 생각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더 많이 올 수 있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 아닌 월요일로 시간이 정해지게 된 걸까’
월요살롱은 미술관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된 모임이 아닙니다. 토탈미술관의 신보슬 책임큐레이터는 미디어아트 전문 큐레이터로 이름을 알렸지만 다른 영역과 주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갈증을 해소하고자 만든 자리가 월요살롱의 시작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도 월요살롱에는 미술뿐만 아니라 전통음악, 연극,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초대됩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비밀스러운🤫⎪
미술관에 도착합니다. 월요살롱을 알리는 눈에 띄는 사인이 없어 오늘 살롱이 열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칩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제야 단정하게 붙은 작은 안내문이 보입니다.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올 수 있는, 하지만 알 사람은 다 아는 그런 비밀살롱처럼 느껴집니다. 참석을 독려하는 공지나 광고도 없습니다. 살롱이 열리는 월요일의 하루 이틀 전 월요살롱 인스타그램(@mondaysalon)에 참여 아티스트가 공개됩니다. 사전에 아티스트의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오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누구의 살롱이든 와서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토탈미술관 팀의 생각이 반영된 방식입니다. 미국의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 Borgois)가 뉴욕의 자택에서 일요일 오후 3시 정각마다 연 ‘선데이 살롱’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이나 창작물을 가져와 토론과 이야기를 나눈 ‘선데이 살롱’은 캐주얼하고 자유로운 형식의 월요살롱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월요살롱은 각종 예술 관련 도서, 음반, 3-40년 된 디자이너 의자들이 자유분방하게 놓여 있는 미술관의 아카데미실에서 열립니다. 아카데미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학의 강의실 같기도, 또 누군가의 응접실 같기도 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당일 발표를 할 예술가, 함께하는 사람들이 서로 눈인사를 건넵니다. 다들 이 공간이 편안한 듯 여러 자리 중 편안한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습니다. 3시 정시에 딱 시작하는 것도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시작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예술가는 계속 무언가를 테스트하기도 하고, 자리에 모인 몇 명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기도 합니다.
⎪낯설고도 다른✨⎪
예술가가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간 작가와의 대화, 아티스트 토크 등의 행사에서 경험했던 구성된 발표가 아닙니다. 예술가마다 수없이 만들고 부서지기를 반복한 드론을 보여주며 회상에 빠지거나, 자신의 컴퓨터 폴더를 하나씩 들어가 작업물을 보여주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자신의 작업에 대한 고민에 잠기도 합니다. 그 시간에는 침묵이 흘렀고 아무도 그 침묵을 깨지 않았습니다. 그 침묵을 깬 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로 결정한 예술가의 목소리였습니다. 물론 목차까지 구성해 와 자신의 작업을 능수능란하게 소개한 예술가도 있었습니다.
한 번 시작되면 별도의 쉬는 시간 없이 아티스트의 이야기와 참여자 간 대화가 계속됩니다. 이야기는 느슨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높은 밀도를 유지합니다. 중간에 이야기가 멈추는 순간까지도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월요살롱의 큰 장점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입니다.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자신이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은 작가의 작업과 고민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눕니다. 예술가에게는 자신의 지난 작업을 자신의 언어로 소개하며 자신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리뷰의 시간이, 기획자에게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분야의 생생한 지식을 더하는 공부의 시간이, 또 함께 참여하는 누군가에게는 일상에서 새로운 예술적 자극을 얻는 인사이트의 시간이, 또한 모두가 함께 생각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식 살롱은 오후 3시부터 6시까지입니다. 그러나 공식 살롱이 끝난 후 6시 이후에는 비공식 살롱이 이어집니다. 참여 예술가들과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는 비하인드의 비하인드가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계속되는🏃♀⎪
지난 5월 22일, 월요살롱은 300회를 맞았습니다. ‘매주 월요일, 토탈미술관에서 월요살롱이 열린다’는 약속을 300번이나 지켜온 것입니다. 수많은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이 시대, 월요살롱이 지나온 300회의 여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 다가옵니다. 300회 특집이니만큼, 조금은 티를 내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평창동 언덕을 다시 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제 예상은 빗나갔고, 언제나처럼 토탈미술관의 월요살롱은 편안하게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장소만 아카데미실에서 미술관 1층 카페로 옮겨졌습니다. 그 흔한 행사 케이터링도 없었고, 함께하는 분들이 가져오신 다과를 나누었습니다. 언제나처럼 편안하게 서로 눈인사를 나누었고, 300회를 기념해 정민우 작가가 참석자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가운데, 픽셀김 작가, 작곡가 이원우님의 발표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월요살롱은 언제나처럼 이 움직임을 계속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5월 월요살롱에 간다고 할 때마다 주위에서 물으셨어요.
월요살롱은 어떤 곳이냐구요.
저는 이 물음에 ‘월요살롱은 계속되는 곳이다’라는 대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계속되는 월요살롱에서 여러분을 만나 눈인사를 나누고 싶어요.
다음 월요살롱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