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모임 비하인드⑪] 시각예술가 안다혜 〈나에게 예술 모임은〉 – 1부

2023년 6월 2일


인터뷰 현장

 

AAD

안다혜 작가님, 안녕하세요. 어떤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다혜

저는 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정상성이 만든 폐쇄적인 시공간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부조리를 탐구하고 있는 시각예술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 안에서 살면서 여러 가지 의문을 가졌고, 꾸준히 가족을 중심으로 부조리를 탐구했었는데요. 지금은 탐구 범위를 가족으로 한정하지 않고 제 시선을 좀 넓혀가고 있어요.
더 넓은 시공간의 부조리, 혐오, 불안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텍스트와 이미지를 혼용한 설치 미술을 주 매체로 작업을 했고, 최근 새로운 작업 시리즈는 회화 매체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AAD

작가님 작업의 출발점은 어디인가요? 영감을 얻는 부분이나 연구 주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안다혜

하루하루 살다가 문득 불편한 지점을 느껴요. 그곳이 제 작업의 출발점이에요. 그리고 그 지점이 왜 불편한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에는 사회적 프레임의 문제더라고요. 외부로부터 나에게 어떤 프레임이 부여되었기 때문에 내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체성을 찾기 위해서 ‘정상성’을 의심하기 시작해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사회적 프레임에 대해 인문학⋅사회학자는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요. 저는 프레임을 감각하고 있지만 학자들처럼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려워요. 시각예술가인 나는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감각한 것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리고 현실을 살고 있는 나의 신체가 소화할 수 있는 수행적 행위에 집중하게 됐어요. 내 몸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에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리기’, ‘지우기’, ‘조각하기’와 같은 특정 수행을 계속함으로써 동시대 현실을 함께 살고 있는 한 사람의 노력이 완성된 미술 작품에 담기기를 바라요. 제가 프레임과 부조리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AAD

작가님께서 작업에서 다루는 매체와 그 매체의 매력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안다혜

내가 주체적으로 연출한 상황 속에 있어보고 싶어서 작업의 매체로 설치미술을 주로 활용했어요.
실제 현실 속에 우리가 같이 있듯이 제가 만든 전시 공간 속에 관객과 같이 있으면서 프레임에 관해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공간에 작품을 놓기 위해서 그 전에 먼저 노동 집약적인 수행의 과정을 거쳐요.
창작자들마다 작업 성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작업의 결과물을 통해 만든 사람의 시간과 과정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요. 창작자의 치열한 노력과 수많은 시간이 작품에 깃들어 있다고 느껴질 때 감동해요. 그래서 저 또한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창작의 과정은 세상을 사유하고 새로운 걸 발견하는 시간이에요. 세상과 나 사이를 이해하고, 나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거든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노동 집약적인 과정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안다혜, Installation view_ 《가족 생태 언어》 (2020, 소쇼)

 


안다혜, Installation view_ 《가족 생태 언어》 (2020, 소쇼)

 


안다혜, Installation view_ 《혼자 지운 서사》
(2022, 공간_일리)

 

곧 발표할 새 작업의 매체는 회화예요. 

저는 되도록이면 ‘내가 지금하고 있는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해요(웃음). 과거에 제가 확신을 가졌던 것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다 틀렸거든요. 모든 것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전제를 염두해요. 글이나 말로 무언가를 전달할 때는 그 내용이 거의 그대로 드러나요. 그런데 그림은 해석의 여지가 훨씬 많아요. 그래서 계속 변화할 미래를 전제하더라도 좀 더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작업실 풍경

 

AAD

제가 느끼는 회화의 매력 포인트랑 작가님이 말씀해 주신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관객에 따라서 해석의 자유도가 높잖아요. 지난해 작가님께서는 AAD에서 예술 모임 <가족 생태도 그리기>와 <지금 당장 포트폴리오 업데이트>를 진행하셨어요. 모임을 준비하면서 가장 초점을 둔 부분이 궁금해요.

 

안다혜

모임 진행에 책임감은 갖되 일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게 중요했어요. 모임을 참여자와 같이 의미를 찾아가는 예술 활동으로 생각했어요. 참여자가 부담을 갖지 않고 재밌게 몰입할 수 있었으면 했고, 이 예술 활동이 나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작업하는 동안에는 고독하게 혼자서 수행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과의 소통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웃음).

 

AAD

예술 모임 <가족 생태도 그리기> 참여자의 경우 모임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굉장히 높았던 걸로 기억해요. 타 플랫폼에서도 <가족 생태도 그리기> 모임 진행에 대한 제안을 받으셨고요. 이러한 관심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궁금해요.

 

안다혜

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작업을 2012년부터 했거든요. 10년도 더 된 일이잖아요. 2020년대에 들어와서 영화나 출판계에서 가족 이데올로기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창작물들이 적극적으로 나오더라고요. 지금은 우리 모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만들어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대수롭지 않아요. 사회적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는 주제가 되었어요. 그런 게 너무 반가웠죠.

예술 모임 <가족 생태도 그리기>를 가장 처음 진행했을 때는 제 작업의 주제가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키트 안에 스티커, 카드 등 귀엽고 재밌는 요소를 많이 넣으려고 했었어요. 가족에 대해서 완전히 전복하는 생각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추고 싶었어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도 ‘스티커 한번 붙여볼까?’ 이런 식으로 가볍게 접근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예술 모임 ‘가족 생태도 그리기’ 진행 모습

 

안다혜

모임을 진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의 가족 생태도가 궁금해서였어요. ‘나는 이런 식으로 가족을 생각하고 있고 내가 느끼고 있는 부조리는 이런 지점인데, 다른 사람들은 가족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나처럼 이렇게 가족 생태도를 그려보면서 새로운 발견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을 했어요. <가족 생태도 그리기> 모임은 저에게 의미가 크고 참여하는 사람도 저마다 밀도는 다르겠지만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어요.

 


2부로 이어집니다.

 

 

인터뷰이: 안다혜 시각예술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혼용한 설치미술을 매개로 정상성이 만든 폐쇄적인 시공간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부조리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정상성이 지배한 현실의 부조리, 혐오, 불안을 적극적으로 감각하고 본인의 삶에서 탈 정상성의 생활을 시도하며 경험주의에 기반한 창작활동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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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nnndahye